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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 화강암, 황등석
  • 편집국 기자
  • 등록 2024-04-16 13:40:18
  • 수정 2024-04-16 13: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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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등산은 해발 60m의 평지돌출형 산이다. 산이 화강암으로 덮여 있기에 석산(石山)이라 해야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황등산 사방 주변은 들녘과 구릉이고 그 한가운데에 여성의 풍만한 젖가슴처럼 볼록하게 솟아난 산세가 웅장하다. 내 고향 황등면 무동마을에서 황등삼거리까지 십 리이다. 버스가 황등성당 부근을 지날 때 멀리 황등산을 바라보면 산등성이가 입체감 있게 확 다가왔었다.


국내 3대 화강석하면 황등석, 포천석 및 거창석을 손꼽는다. 황등석은 중생대 쥐라기의 대보화강암이라 일컫는다. 입자가 작고 고른 편으로 회백색‧쑥색의 중립자와 세립자로 이루어지고 철분 함량이 적다. 습기가 많으면 쑥색으로 변하고 햇볕에서는 화사한 원색으로 변하여 다채롭게 보인다.


내습성이 강하고 비중이 높지 않아 영구 보존을 위한 고급 건축재, 석조각, 석공예품 등으로서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서울역, 한국은행과 청와대 영빈관, 국회의사당, 독립기념관, 미륵사지석탑 등 유서 깊은 공공 석조물들이 황등석으로 축조되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물 석재로 인정받아 왔다. 또한 황등석은 가정집에서도 정원석, 옹벽, 석등, 발 지압기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황등석재 문화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 때 세계유산 미륵사지석탑과 왕궁리오층석탑, 보물인 연동리 석조여래좌상 등의 문화재 석재로 사용되었다. 이처럼 석재 문화는 백제 땅인 황등 지역을 중심으로 번창하여 전국 방방곡곡으로 발전되어 나갔다. 1300년 이전 백제 석공 기술자들은 이웃 신라에까지 그 명성이 자자하여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 건립에 기여하였다.


1973년에 문화재관리국에서 불국사 석조 복원공사를 시행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석공인 16명을 모집하였는데 그 중 황등 출신 석공인들이 14명이었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황등은 대대로 석공명예장도 많이 배출하였고, 현재는 권오달, 김옥수 씨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백제 아사달의 후손들이 국내의 석재 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적인 화강암 채취는 황등석산이 최초라고 한다. 조선 철종 1858년경 청나라 사람들이 개발하여 그 2세들까지 경영하였고 일제 침략 후에는 일본인들에 의하여 35년간 경영권을 빼앗겼다가 광복 후에는 다시 국내인들에 의해 경영되기 시작했다. 1912년에 호남선이 개통되면서부터 황등역을 이용하여 화강암이 전국으로 운송되었고, 일본에 원석이 유출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75년부터 수공업 형태로부터 발전한 현대적인 장비인 다이아몬드 절석 기계가 공급됨으로써 전국 1,000여 개 업체로 확산되었다. 황등농공단지는 율촌리에 1992년 준공되었고, 황등면에서 생산되는 화강암을 이용한 석재 가공 전문 특성화 공업단지이다. 황등 석재 채석장에서 화강암 원석을 가져와 가공‧판매하는 곳이다. 그 단지 입구에는 2018년도에 개관한 익산석재품전시홍보관이 있다. 실내에는 익산 화강암 특성과 석재산업 역사 소개와 기업 홍보관이 있으며, 야외에는 석재 가공품이 전시돼 있다.


현재 ㈜황등산업이 채굴하고 있는 황등석산이 유일한 황등석재 공급업체다. 가운데 허리가 잘려나갔고, 가로 500m, 세로 300m와 깊이 120m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거대한 직벽을 이루고 있는 둥근 사각형 형태로 마치 지하 원형 경기장 같은 느낌을 준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천 리 낭떠러지에 서 있는 듯 아찔해진다.


황등석산은 160여 년의 화강암 채굴로 예전 산의 정취는 찾아볼 수 없다. 화강암 채굴량은 향후 10년 정도면 끝난다고 한다. 따라서 폐석산 활용 계획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황등석산에서는 2023년 10월에 ‘제1회 황등석산 국제 미디어아트 파사드’가 개최됐다. 황등아트앤컬처를 설립한 김대동 총감독이 기획하였는데 김 감독은 경기도 포천의 폐채석장을 친환경 문화예술 공간인 ‘포천 아트밸리’로 탈바꿈하는데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었다. 


황등과 포천을 비교하며 20년 전 방문했던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섬의 석회석산을 활용한 대정원 ‘부차드가든’도 떠올랐다. 웅장했던 황등석산이 세계적 예술공간으로 재탄생 되어 훌륭한 문화관광의 보고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쓴이 

채수훈<익산시 위생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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