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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소리 춘향가 쑥대머리에 실어 본 내 마음**
  • 편집국
  • 등록 2017-11-29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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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심 (라온 국악논술스피치 연구소 대표, 사) 한국 판소리보존회익산지부 사무장)


춘향이와 이몽룡의 이별은 만남을 전재로 한 이별이기에 슬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 하지만 그 생각도 쑥대머리를 듣고 부를 때마다 슬퍼지는 내 마음을 추스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 오늘 쑥대머리로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슬프다.


눈물이 맺힌다.


조용하고 쓸쓸한 차디 찬 감옥에서 긴 머리털이 흐트러져 귀신같은 모습으로 갇혀 있지만 생각나는 것은 임뿐이라.


보고 싶고 보고 싶고 보고 싶다.


한양 간 이 도령이 보고 싶다.


정을 두고 떠난 당신에게 편지 한 장 못 받았는데 부모 봉양하고 글공부하느라 겨를이 없어서 이러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내가 이해할 수 있지만 서울 가서 금슬 좋은 여자 만나 신혼처럼 행복하게 주연에 빠져 나를 잊고 그런다면 아~~ 그건 아니겠지?


가을 달 속의 예쁜 여자같이 저 달 속에 내 얼굴을 비취게 하여 그 얼굴을 당신이 본다면 사랑가를 부르며 행복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 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나는 감옥에 갇혀 오고 갈 수 있는 길이 막혔으니 앵무새처럼 서로 뜻과 정이 통하는 글을 주고받을 수 없고 이리 둥글 저리 둥글 잠을 이루지 못하니 나비가 되어 당신을 만나는 꿈조차도 꿀 수가 없네.


그런 저런 내 사정을 손가락에 피를 내어 편지하고 애간장이 까맣게 타서 썩은 먹물로 당신의 얼굴을 그려 보내면 내 마음을 알아줄까?


하얀 배꽃이 봄비와 함께 뿌려질 때 내 눈물도 모두 뿌렸지만 그래도 마르지 않고 흐르는 눈물.


순찰 군의 요령소리 들리는 단장 성에 비가 많이 오면 성이 무너질까 염려하듯 비가 억수로 내리는 밤 그 비에 우리 사랑도 무너질까 염려되어 당신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신분에는 귀천이 있을지 몰라도 사랑에는 귀천이 없으니 기생의 딸인 내 사랑도 평범한 여인들의 사랑과 똑같다.


하지만 나는 옥문 밖을 못 나가고 그들은 마음대로 오고 가며 사랑을 나눌 수 있으니 모두 나보다는 좋은 팔자라 뽕을 따는 아낙네들이 자유로움이 너무 부럽다.


내가 만약 당신을 못 보고 이곳에서 죽으면 귀신이 되어 무덤 앞에 서있는 나무에 몸을 실어 상사목이 될 것이요.


무덤 근처 있는 돌에 내 마음을 실어 망부석이 될 것이나 내가 죽어 나무가 되고 돌이 되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줄 사람이 없으니 방성통곡으로 울음을 운다.


춘향이가 서럽게 운다.


삼단같이 긴 머리채가 쑥이 엉킨 것처럼 뒤엉켜 엉망진창이 된 몰골로 긴 칼을 목에 걸고 통 울음을 운다.


춘향이는 자신이 죽는 것이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다.


나는 상사목과 망부석이 되어서라도 임을 보고 임을 맞이할 것이니 죽어도 죽지 않음이라 서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상사목과 망부석은 말을 못 하고 죽은 나도 말을 할 수 없으니 당신이 나를 찾아와도 그 나무가 그 돌이 나라는 것을 모르고 내가 죽어 그냥 사라진 줄 알고 얼마나 슬퍼하랴.


내가 나무가 되고 돌이 되어 오직 당신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칠 당신이 안타깝고 원통하여 방성통곡으로 울음을 우는 춘향이는 진심으로 사랑을 아는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그대들의 지난날 사랑은 어떠했고 지금은 어떤 사랑을 하는가?


나는 어떤 사랑을 했고 지금 나는 어떤 사랑을 하는가?


우리는 정녕 사랑은 아는 사람들인가? 정말로 잘 모르겠다.


그런데 왜 눈물이 흐르는가?


알지도 못하는 사랑 때문에 왜 눈물을 흘리는가? 


내 전공은 짝사랑이다.


나만을 짝사랑하시다가 돌아가신 아버님 나는 아버님께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더 많이 짝사랑할 것이다.


인간 락과 천상 락을 누리며 살아가자고 청혼했던 남편도, 간호사인 큰 딸과 판소리를 전공하고 있는 작은 딸도 하나 남은 친정 동생도 내 짝사랑의 단골 메뉴인데 가장 오래된 짝사랑은 친정어머님이다.


오빠와 남동생에게 밀려났던 50여 년 짝사랑인 어머니께서 “내가 너를 안 낳았더라면 어쩔 뻔했냐.” 시며 현관문 비밀번호를 내 생일로 했다는 전화를 받으며 주르르 흐르던 눈물 ~ 나를 낳고 길러주신 어머님과도 50여 년 짝 사랑 끝에 사랑을 완성시켰는데 어쩌자고 사랑을 하는가?


누가 알아준다고 언제 이루어진다고 그 지독한 짝사랑은 하는가?


판소리도 호흡도, 어느 누구도 그 무엇도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고 무심으로 살면 안 되는가?


정녕 안 되는가? ~~~~ 그래 나는 그것이 안 되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 100년을 사느니 상처받고 아프고 더 많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사랑하고 기다리고 더 많이 그리워하며 내 사랑을 믿고 내 사랑 안에서 살 것이다.


이 모든 지독한 짝사랑이 소주 천 호흡으로 공기 반 소리 반의 판소리 꽃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이 도령이 돌아오고, 심청이가 돌아오고 내 어머님이 내가 원했던 사랑을 안고 돌아 오셨듯 내가 짝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로 돌아오리라 믿는다.


다만 내가 이승에 있는 동안 그 사랑을 보고 느끼고 만질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그것이 욕심임을 알기에 나는 그 모든 것을 앙가슴에 품고 춘향이가 부르는 쑥대머리를 부른다.


~~~ 이~ 원통을 알아 주리가 뉘 있드란 말이냐 방성통곡에 울음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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