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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주민 속여 빼돌린 아파트 관리비 3억7천만원
  • 문명균 기자
  • 등록 2021-01-22 11:35:00
  • 수정 2021-01-22 11: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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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앞에 횡령 사실 시인…1억9천여만 원만 인정

아파트대표회의, 경찰고소 및 가처분 신청 변호사선임

관리비 이중 청구, 퇴직금 부풀리기, 숫자 오려 붙이기

“더하기를 해보니 나도 놀랐다. 남아 있으면 빨리 갚겠다”


 ▲ 익산 지역 한 아파트 경리직원이 수년간 관리비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익산투데이
▲ 익산 지역 한 아파트 경리직원이 수년간 관리비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익산투데이

 

익산에 한 아파트 관리업체 경리직원이 관리비 수억 원을 10년에 걸쳐 빼돌려 오다 입주민들에게 발각됐다.


특히 해당 경리직원은 경찰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주민들 앞에서 횡령 사실을 인정했지만 지난 5년 동안 빼돌린 액수는 수억 원이 아닌 1억9,000여만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해당 아파트 승강기에는 ‘00아파트 전체 입주민께 고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안내문에는 “우리아파트 위탁관리업체인 00주택관리연구소 직원이 수년간 우리의 피 같은 관리비를 횡령하였다”며 “동대표들의 감사결과 약 3억7,000만 원(본인이 시인한 금액 1억8,900만 원)을 횡령하였고 현재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익산경찰서 고소 및 가처분 신청, 본안소송, 회계사 선임, 익산시청 주택과 관리감독 등을 통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횡령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00주택은 횡령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상당히 비협조적이고 위탁관리업체의 선관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00주택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상태다”며 “우리 동대표 일동은 입주민의 재산권보존에도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한 푼 이라도 더 찾아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익산에 한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17년 동안 일해온 한 경리직원이 관리비 수억 원을 빼돌렸다는 내용이다.



 ▲ 익산 한 아파트 승강기에 관리소 경리직원이 수억원의 관리비를 횡령한 사실을 적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익산투데이
▲ 익산 한 아파트 승강기에 관리소 경리직원이 수억원의 관리비를 횡령한 사실을 적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익산투데이

 

공동주택 관리법령에 300세대 이상 아파트는 1년에 한 번 회계사를 통해 정산 업무를 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 다른 회계사에게까지 의뢰한 결과 지난해 말 공사비 집행 내역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 최근 횡령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된 상태다.


입주민대표회의 감사는 “보름에 걸쳐 장부 5년 치를 확인한 결과 1억9,000만 원 정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후 10년 치를 확인했는데 무려 3억7,000만 원이 나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관리소가 지난 2019년 소방 배관 교체 비용이 이중으로 집행된 내역을 포착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장부를 만들어 다른 직원들의 퇴직금에도 손을 댄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2019년 4월까지 1년3개월 일했던 경비원 A씨는 서류상으로 3년 넘게 일했다고 장부를 꾸며 퇴직금을 2백만 원 넘게 부풀렸다.


더불어 근무기간 1년이 안돼 퇴직금 지급 대상도 아니었던 B씨도 입사일자를 조작해 퇴직금 270만 원을 지급했다고 정산서를 꾸몄다.


또 다른 횡령은 외부업체에 돈을 송금한 뒤 관련 서류에 숫자를 오려 붙여 차액을 현금화했는데 다른 글씨체가 포착되면서 수법과 횡령 액수가 들통났다.


게다가 날짜까지 조작한 입금 확인증을 만들어 관리비를 이중으로 청구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는 아파트 장기수선충담금에 손을 대 수리비 명목으로 1,500여만 원을 이중으로 집행했고, 승강기 정기 안전검사를 한 번 받아놓고 추가로 더 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며 수선충당금에서 검사비용 520만 원을 빼돌렸다.


또 계단을 청소해준 업체에 대금을 지불하고 세금계산서 한 장을 이용해 같은 금액을 여러 차례 집행하고, 계산서 작성일자란 등을 여러 군데 훼손해가며 은폐하려 했던 흔적까지 드러났다.


해당 경리직원은 부인하지만 한국전력엔 전기요금을 정당하게 치른 뒤 주민들한테 부풀려 징수해 남긴 정황도 나왔다.


해당 경리 직원은 “아이 둘 키우면서 조금 힘들었는데 조금씩 조금씩 썼다”며 “더하기를 해보니까 나도 놀랐다. 남아 있는 게 있으면 빨리 갚겠다”고 시인했다.


현재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10년 넘게 해당 경리직원에게 일을 시킨 아파트 관리업체에게도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현재 민원인 고소상태로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행정조치를 취하겠다”며 “익산시는 해당 아파트 횡령사건을 중대한 사건으로 보고 혐의가 입증되면 공동주택 관리법령에 따라 최대 영업정지 2개월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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