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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미륵산서 女변사체…붙잡힌 피의자는 목사?
  • 문명균 기자
  • 등록 2021-04-09 12:33:00
  • 수정 2021-04-09 12: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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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낙엽 더미에 덮힌 여성 변사체, 등산객 발견

경찰, 통화기록·폐쇄회로 등 토대로 A씨 피의자 특정

“기도해주려고”…시신 유기 인정, 살인 혐의는 부인


익산지역에서 70대 여성을 살해한 뒤 미륵산에 시신을 유기한 7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닫은 상태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시신 유기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지만 “살인은 하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익산경찰서는 지난 7일 오전 12시42분쯤 피의자의 주거지인 익산시 한 아파트에서 70대 남성 A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는데 놀랍게도 목사였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11분께 미륵산 헬기 착륙장에서 낙엽에 덥힌 채 B(73, 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등산객이 발견했다.


등산객은 경찰에 “시신이 낙엽에 덮여 있어 깜짝 놀라 신고했다”고 말했으며, 발견 당시 남자 옷을 입고 있었으며, 몸에는 상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B씨의 통화 기록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A씨를 피의자로 특정하고 검거했다.


이 사건 피의자 A씨는 자신의 집에서 피해자 B씨와 지난 2일부터 칩거했는데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에는 이들이 A씨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겨 있지만 5일까지 단 한 차례도 집 밖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이 기간 A씨가 B씨를 폭행한 뒤 시신을 방치해 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나는 목사이고 숨진 여성은 집에 찾아온 다른 교회 성도로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여성이 숨져 있었다”며 “여성을 위해 기도해주려고 했을 뿐이고 죽은 사람이 집에 있으면 이상할까봐 시신을 산에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의 1차 소견상 B씨의 사인은 다발성 외상에 의한 쇼크사인 것으로 확인했다.


A씨는 지난 5일 오후 B씨 소유로 추정되는 옷가지를 아파트 내 마련도니 헌옷 수거함에 내다버리기도 했다.


다음날 0시께 A씨가 승용차에 숨진 B씨를 싣는 장면 등이 포착된 가운데 화면 속 A씨는 B씨 시신을 바닥에 질질 끌고 나와 차량에 싣는 등 대담함을 보였다.


A씨는 6일 아침 주거지에서 차를 타고 약 15㎞ 떨어진 미륵산으로 향한 뒤 7부 능선 자락의 헬기장 인근에 시신을 유기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피의자 A씨는 거주하는 아파트에 교회를 차려 놓고 목회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시 관계자는 “현재 A씨가 목회 활동을 해온 곳은 종교시설이 아니다”며 “불법 용도변경으로 주택과에서 행정처분을 할 예정이다. LED 등을 이용해 십자가를 설치해 민원이 들어왔었고, 교회도 아니고 목사도 아니고 신학대를 나오거나 등록돼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A씨의 범행 동기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A씨와 B씨의 계좌 내역에 대한 수사에도 나섰다.


경찰은 A씨가 시신 유기 혐의에 대해 인정한 만큼 범행 동기를 밝혀내고 우선 A씨에 대해 살인과 시신 유기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조사 과정 내내 A씨가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범행 동기 파악을 위해 B씨의 계좌 내역 등도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와 B씨는 중학교 동창으로 경찰이 B씨의 휴대전화에서 A씨와 수십 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인한 결과 모두 A씨가 일방적으로 연락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아내가 있으나 따로 살았고, B씨는 홀로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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