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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창작 1급 살롱… 미술관으로 개관
  • 정용하 기자
  • 등록 2024-05-02 13:27:27
  • 수정 2024-05-03 08: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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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라 조해영 가옥 사랑방에서 전시회
  • 조해영 아들 조인호, 현계미술관 오픈

조인호 관장의 전시품 설명

‘풍속은 화순이요 인심은 함열이라’ 호남의 여러 지명을 넣어 노래한 단가 ‘호남가’의 한 대목이다. 호남가 하면 명창 임방울이다. 당대 최고였던 임방울은 함열 삼부잣집 중의 하나인 조해영 家를 자주 찾았다고 한다. 


오랜 세월 비워두다시피 했던 조해영 가옥 사랑방이 미술관으로 새 단장을 하고 지난 4월 28일부터 오는 5월 5일까지 유애도서겸고기전(唯愛圖書兼古器展)을 열어 지역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추사 김정희 요선영고문, 문장론, 편지 등과 흥선대원군 석란도, 소치 허련의 고목죽석도 등 책, 그림, 글씨가 선을 보였다. 이와 더불어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전기 분청사기, 조선시대 전기 백자, 조선시대 후기 청화백자 등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현계미술관(玄谿美術館)을 개관한 조해영의 아들 조인호 관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그리고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법학박사를 취득하고 증권선물위원회 위원과 덕성여대 법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조인호 관장은 전시회를 여는 말에서 “판소리 단가 호남가에 포함된 ”풍속은 화순이요, 인심은 함열이라“는 가사의 직접적인 연원이 되었듯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며 사셨던 제 부모·조상의 얼이 스며있는 함라 소재 조해영 가옥에서 우리나라 고미술품 전시회를 열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저는 제 부모·조상이 남기신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받아, 우리나라 미술품이 지닌 높은 문화의 향기를 지역민과 함께 나누고자 이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전시회가 열린 지난 1일 오후 익산근대문화연구소 신귀백 소장을 비롯한 회원들이 현계미술관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조인호 관장은 조해영 가의 과거를 회상하며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귀백(좌측) 익산근대문화연구소 소장과 조인호(우측) 관장

조 관장은 1937년(정축년) 정월 지어진 농장 사무실이자 사랑방 건물을 중심으로 조해영 가옥을 소개했다.


조해영 가옥은 1918년 지어졌다. 그리고 한옥에 일본식 건축 양식이 가미된 한일 절충식 농장 사무실이자 사랑방 건물은 1937년 지어졌다. 이후 이 사랑방은 일제강점기 말기 조선 8도 문화예술의 중심이 됐다.


조 관장은 미술관으로 새롭게 변모한 사랑방에 대해 ‘당대 문화 창작의 1급 살롱’이라고 소개했다.


추사 김정희의 편지

조 관장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여기 모여서 한 달씩 두 달씩 다 쉬어가면서 자기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고 갔던 공간이다”며, “여러분이 보시기에는 ‘그냥 이제 지금 건물 하나다’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으나 사실 콘텐츠 측면에서 봤을 때는 당시 조선의 일류 문화 예술가들이 여기서 마음껏 재능을 펼치고 갔던 문화 창작의 1급 살롱”이라고 말했다.


조 관장은 이와 함께 임방울, 김소희, 박초월, 박귀희 등 당대 최고 명창이 이곳을 찾아 재능을 펼친 과거를 회상하고, 아버지 조해영과 문화예술인들의 에피소드에 대해서 “많이 있으나 그런 부분은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신귀백 익산근대문화연구소 소장은 “삼부자 중에서 이렇게 스스로 익산시민과 지역사회에 손을 내밀기는 처음이라 생각이 든다”며, “선생님(조인호)이 들을 때는 섭섭할지 모르지만 부자를 넘어 재벌 정도 되는 분들이 세월이 많이 흐르면서 집이 폐허가 되고 그래서 익산시와 시민들에 대해 섭섭함도 많았을 텐데 이것을 좀 씻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 안에 전시품들은 굉장히 양이 적은 것 같은데 제가 만약에 전시를 했으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A에서 Z까지 보여줬을 건데 그냥 로열 몇 점만 심플하게 해줬다는 것에 대해서 대단한 점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함라 삼부잣집은 조해영 가옥(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21호), 이배원 가옥(익산시 향토유적 제10호), 김병순 고택(고 김안균 가옥, 국가민속문화재 제297호)을 이른다. 이 한옥들은 건물과 담장(등록문화재 제263호) 등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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